본문
책소개
팬데믹으로 중단되었던 슬라보예 지젝의 이론 철학이
다시 시작되었음을 알린 첫 복귀작!
“이 책은 어리둥절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이다”
잉여향유의 역설은 어떻게 우리 시대 뒤죽박죽 상태를 밑받침하는가?
이 책은 지난 몇 년간 팬데믹 위기의 긴급한 사안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 온 슬라보예 지젝이 이론 철학의 논쟁 속으로 다시 뛰어들었음을 알린 첫 복귀작이다. 저자의 이론적 기반인 헤겔과 정신분석의 문제의식을 최근 서구 학계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논의들에 적용하여 정면 대결을 펼치고 있으며,‘잉여향유’라는 역설이 어떻게 우리 시대의 뒤죽박죽 상태를 밑받침하는지를, 영화 <조커>에서 도널드 트럼프, 팬데믹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과 교류하면서 풀어낸다. 독자들의 사유를 촉발할 요량으로 등장하는 지젝 특유의 역(逆)직관적 읽기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으며, 일상의 이데올로기라는 물속에서 편안하게 헤엄치는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그들이 새로 얻은 당혹스러움이 이미 사물 자체에 있음을 보여 준다. 그렇다. 저자가 강조하듯, 이 책은 어리둥절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이다.
우리는 왜 억압 자체를 즐기는가?
잉여향유의 메커니즘과 자본주의 체제의 상관성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긴급한 정치적 의제를 놓고 잠시 실천적 사안들과 씨름했던 저자가 이론적 대결의 장으로 돌아와『잉여향유』에서 펼쳐 놓는 새로움은 크게 두 차원이다.
하나는 이론적 문제의식의 변화이다. 지젝은 라캉의 오래된‘잉여향유’개념을 통해 현대 정치학의 새로운 지형을 모색하는데, 이때 던지는 핵심 물음은 낯익으면서도 낯설다. 우리는 왜 억압 자체를 즐기는가?”여기서 지젝은 독창적이게도 잉여향유를 폭압과 수탈과 감시가 아니라 주체의 자발적 포기와 단념과 고통의 수용에 의해 유지되는 권력의 작동과 연결 짓고, 나아가 이 과잉 향유의 메커니즘을 핵심 작동 기제로 삼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분석으로 고양시킨다. 또한 글로벌자본주의에서 시작하여 마르크스주의의 정치경제학 비판과 생태학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주시한다.
쾌락과 고통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
주체적 궁핍의 정치성에 대한 사유
잉여향유가 섹슈얼리티의 예외적 발현이 아니라 그 자체로 본질적 계기이며 자본주의는 바로 이 잉여향유의 논리를 극단적으로 활용하여 작동하는 체제라면, 저자가 ‘잉여향유’를 통해 펼쳐 내려는 정치성의 면모는 과연 무엇일까? 지젝의 『잉여향유』가 지닌 두 번째 새로움은 잉여향유를 ‘주체적 궁핍’과 연결 짓는 작업에서 나온다. 주체적 궁핍은 우리의 ‘내면의 자기’라는 자산을 형성하는 모든 것, 내면 깊은 곳에 숨겨진 모든 추함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동시에 주체, 즉 ‘순수한’ 텅 빈 주체로 남아 있는 신비로운 움직임이다. 이것이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책의 피날레는 이러한 방향으로 몇 가지 가설을 제시하며, 이를 통해 주체적 궁핍의 정치성에 대해 사유한다.
위기와 위기가 경쟁하는 시대,
새로운 연결점으로 나아가는 폭력적 읽기 제안
우리가 사는 시대는 지구 온난화, 사회적 긴장, 디지털의 완전한 통제 가능성 등 여러 재앙이 순위를 다투면서, 동시에 어떤 것이 다른 모든 것을 총체화하기 위해 경쟁하는 기이한 시기이다. 이런 다층적 위기 속에서 추상적 해결책은 없으며, 전 세계적 관점에서 타협점을 찾아야만 한다. 이런 맥락에서 책의 초점은 서로 다른 위기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위기와 싸우거나 재생산하는 방식, 때로는 두 가지를 한꺼번에 동시에 수행하는 방식을 살피는 데 있다.
지젝은 이를 위해 동시대 사상가들과의 대결 및 협업의 과정을 자세하게 그려 낸다. 사이토 코헤이, 가브리엘 투피남바, 야니스 바루파키스, 프랭크 루다, 사로지 기리 등의 텍스트를 통해 진지하게 고찰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폭력적 읽기’를 제안한다. 즉 유기적 통일성(처럼 드러나는 것)을 찢어 버리는 읽기, 그리고 그 문맥에서 인용된 구절들을 찢어 버리고 파편들 사이에 예상치 못한 새로운 연결을 설정하는 읽기를 (그리고 실천하기를) 독자에게 간청한다.
상세이미지
목차
한국어판 서문 | 욕하는 개
서곡. 뒤죽박죽 세상에서 살아가기
대재앙에서 종말까지… 그리고 복귀 | 예기치 못한 쾌락 | 2 + a | “행운을 빕니다, 헤겔 씨!”
1장. 균열은 어디에 있나? 마르크스, 자본주의, 생태학
신보수주의적 공산주의 | 정치경제학 비판의 헤겔 | 실제 삶 대 실체 없는 주체성 | 생태-프롤레타리아와 가치화의 한계 | 과학 없이는 자본주의도, 자본주의에서의 탈피도 없다 | 추상적 노동은 보편적인가? | 노동자들인가, 노동자인가? | 현실과 허구자본주의 광기의 해방적 잠재력 | 소외가 있는 생태학 | 공산주의로 가는 마지막 출구
2장. 탈이분법적 차이? 정신분석학, 정치학, 철학
비판의 비판 | 라캉주의 이데올로기 비판 | 분석가의 (악의적인) 정치적 중립성 | 역사화의 한계 | 성차의 공식들 | 진리의 변덕 | 트랜스 대 시스 | 성차는 이분법적이지 않다 | 특수 퀴어 이론에서 일반 퀴어 이론까지 | 배신 없이는 진정한 사랑이 없는 이유 | 쿠르크 테 글레다… | 루비치의 거울을 통해
3장. 잉여향유, 혹은 왜 우리는 억압을 즐기는가?
바이킹, 솔라리스, 카틀라: 대타자와 그 변천 | 법의 위반에서 나온 초자아의 탄생 | 권위에서 관용으로… 그리고 뒤로 | 불가능 없이는 자유도 없다 | 억압, 폭압, 우울 | 그렇다면 잉여향유란 무엇인가? | 소외 즐기기 | 필름 느와르 인물로서의 마틴 루터 | 엄마를 갖지 않으려는 욕망
피날레. 정치적 범주로서의 주체적 궁핍
철학의 두 가지 종말 | 재앙으로서의 인간 | “우리는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한다”| 죽음을 향한 존재에서 언데드까지 | 혁명적 자기파괴 | … 대 종교적 근본주의 | “속지 않는 사람이 실수한다” | 도살장으로 가는 양 | 시대착오의 두 얼굴 | 파괴적 허무주의 | 사라진 중재자의 귀환
주
역자 후기
찾아보기
저 자
소 개
지은이 슬라보예 지젝
헤겔주의 철학자, 라캉주의 정신분석가이자 코뮤니스트이다.
현재 영국 런던대학교의 버크벡 인문학연구소의 국제 소장, 미국 뉴욕대학교의 독일학 글로벌저명교수, 스위스의 유럽 대학원대학의 철학 교수, 슬로베니아 류블라냐대학교의 사회학과 철학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다.
주요 저서로는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팬데믹 패닉』, 『새로운 계급투쟁』 등이 있다.
옮긴이 강우성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대학원 비교문학 협동과정에서 미국문학, 비평이론, 영화 등을 가르치고 있다. 해체론, 들뢰즈, 정신분석 같은 이론들의 정치성에 관심이 크며, 영화이론 및 동아시아영화의 미학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한 여러 논문들과 공저들이 있고, 프로이트 정신분석 입문서『불안은 우리를 삶으로 이끈다』를 썼다. 슬라보예 지젝의『팬데믹 패닉』,『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천하대혼돈』,『지젝 라이브 이론』(근간)과,『이론·이후·삶』, 『어리석음』, 『치료받을 권리』,『악에서 벗어나기』를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