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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미식의 나라 프랑스,
음식을 통해 그 역사를 살펴보다
성대하게 펼쳐지는 프랑스 미식의 향연
‘미식의 나라’라는 명성에 걸맞게 프랑스에는 훌륭한 와인과 음식이 많이 있다. 프랑스 요리는 수 세기 동안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요리로 인정받아왔다. 프랑스인들은 갓 구워져 나온 크루아상을 사기 위해 기꺼이 일요일에 아침잠을 포기하고 빵집을 순회한다. 음식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이러한 애정을 반영하듯 프랑스에는 음식과 관련된 표현이 많이 있다. 예컨대 슬픔을 표현하고자 할 때 “빵 없는 하루 같다”고 한다거나 기분이 좋으면 “나 감자 있어”라고 하는 등이다. 이렇듯 음식은 프랑스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으며 프랑스인들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 책에서는 빅토르 위고가 ‘신의 술’이라고 칭한 코냑, ‘악마의 와인’이라고 불렸던 샴페인, 프랑스를 상징하는 빵인 바게트, ‘치즈의 왕’ 브리를 비롯해 카망베르, 로크포르,
마루알 치즈, 전설적인 맛의 스튜 카술레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과 음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저자는 파리의 요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 절하되어왔던 리옹, 마르세유, 프로방스 같은 지역들의 특색이 담긴 향토 음식을 높이 평가하고 푸아그라, 부야베스, 코코뱅 등 잘 알려진 프랑스 요리가 사실 지역 특산 요리임을 강조하며 프랑스 전역의 음식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을 미식의 세계로 안내한다.
로마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음식을 통해 맛깔나게 풀어낸 프랑스 역사
프랑스에서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은 문화적 소산이자 역사적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의 미식과 역사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한 입 크기의 프랑스 역사』는 프랑스의 와인과 음식에 관한 기록을 비롯해 흥미로운 일화 및 전설 등을 통해 프랑스 역사를 탐색한 책이다.
중세 유럽에서 흑사병을 예방하는 데 식초가 쓰였던 이유는 무엇일까?
브리 치즈는 어떻게 ‘치즈의 왕’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을까?
마리 앙투아네트는 백성들이 먹을 빵이 없다고 하자 그러면 케이크를 먹게 하라는 말을 실제로 했을까?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담고 있는 역사 속 이야기들이 ‘한 입 크기’ 정도의 분량으로 소개된다. 이 책에는 전설적인 요리사 앙토냉 카렘과 오귀스트 에스코피에, 저명한 음식 평론가 퀴르농스키와 장 앙텔므 브리야사바랭 등 프랑스 미식계의 주요 인물들을 비롯해 샤를마뉴, 루이 14세, 카트린 드 메디시스, 나폴레옹, 탈레랑, 장자크 루소, 루이 파스퇴르 등 프랑스의 미식 전통 및 문화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데 일조한 이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중 나폴레옹의 경우 발랑세 치즈와 관련된 이야기가 소개된다. 발랑세 치즈는 원래 피라미드 모양이었는데 이를 보고 실패한 이집트 원정을 떠올린 나폴레옹이 분노해 칼을 뽑아 들고는 치즈의 끝을 베어버려 꼭대기가 평평한 피라미드 모양이 되었다는 것이다. 탁월한 정치가이자 외교관이었던 탈레랑이 나폴레옹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치즈의 윗부분을 납작하게 만들라고 명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크레프에 얽힌 일화도 전해진다. 프랑스에서는 성촉절에 크레프로 운수를 점쳤다고 한다. 예컨대 프랑스 농부들은 크레프를 만들 때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고 공중에서 잘 뒤집으면 그해에 풍년이 들 것이라는 좋은 징조로 받아들였다. 일설에 따르면 나폴레옹은 러시아 원정을 떠나기 전에 크레프를 뒤집으며 성촉절을 기념했는데 그만
다섯 번째 크레프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나폴레옹은 불타는 모스크바에서 적절한 보급품이나 피난처도 없이 고립되자 이 불길한 징조를 떠올렸다고 한다. 이와 같은 흥미진진한 프랑스 역사 속 이야기가 재치 있는 필치로 소개된다.
순수한 프랑스 미식은 존재할까?
프랑스 미식과 역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
이 책에서 저자는 프랑스 음식에 대해 맹목적으로 예찬하지 않으며, 사실상 순수한 프랑스 미식은 없다고 말한다. 프랑스 역사를 살펴보면 프랑스 미식 전통은 전 세계의 맛과 관습이 혼합된 결과라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우리가 흔히 프랑스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크루아상은 오스트리아의 킵펠에서, 프렌치프라이는 벨기에의 프리트에서 기원한 것이다. 와인은 로마인들이 전해주었다. 미국으로부터 들여온 토마토가 없는 프로방스 요리는 상상할 수 없으며, 터키로부터의 수입품인 커피가 없었다면 카페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프랑스 요리는 항상 전 세계의 재료와 아이디어를 받아들였고 오랜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세계적인 요리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저자는 ‘순혈의’ 정통 프랑스 요리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밝히며 프랑스 미식에 대해 객관적인 관점에서 고찰한다.
이와 더불어 저자는 외국에서 들여온 많은 음식과 식재료가 침략과 전쟁, 정복, 식민지화의 결과였다고 설명한다. 17세기 무렵 프랑스는 카리브해 지역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초콜릿과 설탕 생산을 위한 카카오 농장 및 사탕수수 농장을 세워 주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자원을 수탈했다. 그리고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게 되자 아프리카 노예 무역에도 적극 참여했다. 이는 달콤한 초콜릿과 설탕이 식민지에서의 경제 침탈과 원주민 및 아프리카 노예들에 대한 착취의 산물이라는 씁쓸한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와 같이 음식을 매개로 프랑스 역사의 어두운 이면까지 세심하게 들여다본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프랑스의 다채로운 음식과 역사, 문화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프랑스인들이 왜 깨어 있는 시간과 수입의 상당 부분을 음식에 할애하는지, 프랑스에서는 왜 음식을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음미하고 이야기하며, 음식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사색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상세이미지
저 자
소 개
스테판 에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프랑스 낭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영국 런던에서 식품 분야의 광범위한 경력을 시작해 해롯백화점 치즈 코너와 런던 시장 만찬 조리팀에서 일했다. 이후 가족과 함께 낭트로 돌아가 프랑스 과일 전문 상점에서 희귀 채소 MD로 근무했고 현재는 독일 베를린의 고급 치즈 상점에서 일하고 있다.
제니 미첼제니 미첼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국제 문제 연구원 겸 편집자로 일하다가 석사 과정을 위해 영국으로 이주했다. 런던에 도착한 첫날 스테판을 만나 4년 후 결혼했다. 킹스 칼리지런던에서 전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여‘내전, 내란, 반란’전공 강사로 재직 중이다.
임지연은 숙명여대 사학과 졸업 후 CJ ENM과 해외광고 홍보대행사에서 일했다. 영상보다는 활자에 매력을 느껴, 글밥아카데미를 거쳐 현재 바른번역에서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감정의 발견』,『거절당하기 연습』,『악의 패턴』,『앙겔라 메르켈』,『재즈를 읽다』,『술의 인문학』,『너무 사랑하지만 힘든 걸 어떡해』,『자기계발을 위한 몸부림』,『인스타그램, 순간을 남기면 보이는 나』,『킨포크』,『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등이 있다